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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드립커피의 매력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11. 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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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저녁 산골에선 맡기 힘든 커피 향을 음미하기 위해 읍으로 달려간다. 하동에는 드문 스페셜티를 만날 수도 있고, 커피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도 덤으로 주울 수 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에 어울리는 식품이다. 같은 원두에 대해 드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과 풍미가 차이 난다. 동일한 커피일지라도 마시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맛을 느끼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제각각이듯 커피도 모든 사람에게 모든 맛이 다르게 전달된다. 성장 일변도의 시대에서 의식주가 갖추어진 사회에서 커피와 미술은 더욱 어울리는 기호 식품과 기호 예술이라 할만하다.

 

핸드드립 커피는 기계에 의한 일률적 추출이 아닌 추출하는 자의 ‘직관과 경험’에 의해 분쇄된 원두를 직접 수동으로 드립 하여 추출하는 커피다. 마치 일률적인 도자기를 생산하는 전기가마와 불 맛에 따라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장작가마의 차이처럼 핸드드립은 장작가마에 나오는 불맛처럼 추출하는 브루어의 손맛에 의해 맛은 천차만별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독일에서 개발되었고 일본에서 꽃을 피웠다. 스타벅스 등 브랜드에 길들여진 일률적인 맛이 아닌 대륙별, 품종별, 가공방식별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도 천차만별인 것처럼 커피 역시 원두를 분쇄할 때 발산하는 향에서 시작해 드립 할 때의 향과 용기에 내린 커피액의 향기, 마실 때의 맛과 혀에 닿는 느낌과 목 넘김, 신맛과 다양한 맛이 조화되어 바디감을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마다 맛의 폭죽이 터진다.

 

핸드드립의 4대 조건은 원두의 분쇄도, 원두의 양, 드립 온수의 온도, 추출 시간과 추출의 양이다. 각각의 조건에 따라 맛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지난 시간에는 에티오피아 스페셜 커피를 마셨고 오늘은 케냐 커피를 드립 해서 마셨다. 에티오피아는 부드러운 반면 케냐는 강한 신맛이 혀 끝에 전해 온다.

내가 내려야 할 분쇄된 케냐 원두

수강생들이 내린 커피를 서로 마시면서 모두가 다른 맛을 느꼈다. 와인의 완성된 맛은 변함없지만 드립커피의 매력은 제각각 다르기에 충분히 개별화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커피다. 나만의 와인을 찾듯 드립커피는 나만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철저히 개별화 된 맞춤형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드립 커피는 다양한 사람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처럼 자기만의 독특한 맛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금요일 저녁은 맛있는 커피를 맘껏 시음할 수 있어 일주일을 행복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행운의 요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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