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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착각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11. 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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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은 어디에서 나왔나. 30분도 집중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나는 자신을 너무 믿었다. 나는 내게 속았다. 한 번 두 번도 아니다. 거의 대부분 나에게 속는다. 속이는 나에게 너무나도 쉽게 굴복한다.

 

피곤하니 그만하면 어떠냐는 내면의 목소리에 모조리 수긍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나를 속이는 장밋빛 전망으로 유혹한다. 실행할 때는 이만하면 충분하고 내일 하자는 꾐에 100% 가까이 속아왔다. 문제는 이러한 굴레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거다.

 

뻔히 알면서도 자신에게는 쉽게 항복하는 요상한 싸움이다. 일방적으로 내면의 유혹자가 완승한다. 유혹하는 나를 거슬러 싸워 이겨본 적이 드물다. 책을 하루종일 읽어도 지루하지 않게 지식의 바다를 탐험할 줄 알았다.

 

오늘도 책 읽기는 짧은 스타카토로 졸다 자다 읽다 졸다 졸다 읽다 졸다 졸다 졸다 책을 덮는다. 창밖 자연은 왜 이리도 좋은지. 자연은 멍 때려도 자연스럽다. 산골은 그렇게 오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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