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나무들도 가을엔 탄다. 붉고 붉게 뜨겁고 아름답게 채색한다. 칙칙한 회색가지에 봄기운이 공기를 데우면 비었던 모공에 수액을 채운다. 촉촉한 기운이 마른 가지를 적시고 애기손 잎을 공기 중으로 내민다. 바람에 실려오는 봄기운이 나무를 깨운다.
푸릇한 녹색으로 뜨겁게 모공으로 숨 쉬며 여름을 지난다. 가을은 모공에 수분을 줄이면서 제 몸을 비운다. 제 몸을 죽이면서 잎은 붉게 붉게 타오르며 사그라든다. 겨울을 나기 위해 제 몸의 수분을 비워야 얼어붙지 않는다.
제 몸을 죽여야 겨울을 살 수 있다. 죽어야 산다. 화려하게 제 몸을 산화시키는 절정은 노랑으로 빨강으로 살아있는 그림으로 대지를 채운다. 그 누가 이 큰 화폭을 채우리오. 미술관의 정지된 그림이 아닌 생생한 그림을 감상하는 절정의 시기다.
지리산 행복학교도 지난 10개월을 마무리하는 종강식이다. 마무리가 있어야 다시 태어난다. 한옥여행반, 초록걸음반, 산야초반, 디카시반, 풍류반... 모두가 다른 수업이지만 배움보다는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지리산 행복학교다.
산은 붉게 타오르며 절정을 지나고, 지리산 행복학교는 종강으로 화려한 피날레로 밤을 이어간다. 지리산은 단풍도 사람도 품고선 깊고 깊은 겨울로 들어설 시기다.
#048.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캔버스 (3) | 2024.11.11 |
---|---|
#047.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착각 (0) | 2024.11.10 |
#045.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드립커피의 매력 (2) | 2024.11.08 |
#044.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파격(破格) (0) | 2024.11.07 |
#043.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산산조각 (2) | 2024.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