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20초면 냄비에 물을 끓인 후 라면을 익힌 후 먹는데 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몇 페이지의 책을 읽을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 친구와 안부전화에 걸리는 시간이다. 시속 5km의 보통 걸음으로 걸으면 700미터까지 갈 수 있다.
빛의 속도는 시속 30만 km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달린다.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모습이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가 약 1억 5천만 km이니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8분 20초다.
지금 눈을 들어 보는 태양은 8분 20초 전의 태양이다. 태양이 폭발해도 지구에선 산술적으로 8분 20초 지나야 알 수 있다. 사람의 눈은 과거의 태양을 보면서 현재의 태양을 본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과거를 현재라고 착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안다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일까. 지금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세에는 태양이 지구주위를 돈다고 인지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 것조차 부정확할 수 있다. 사람 앞에서 내가 안다고 뿌듯하게 나설 일이 아니다. 책을 읽으며 ‘아하!’하고 깨닫는 것조차 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저 확률적으로 그렇게 발생했을 뿐이다.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말아라. 너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희게 하거나 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희는 ‘예’ 할 때에는 ‘예’라는 말만 하고, ‘아니오’ 할 때에는 ‘아니오’라는 말만 하여라. (마 5:36~37, 새번역)
태양이 중심인 태양계의 지름은 약 2광년이다. 빛이 2년 동안 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Milky Way)의 크기는 약 10만 광년이다. 산골의 맑은 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는 지구에서 우리 은하의 가로를 보는 광경이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4천억 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은하와 인접한 안드로메다 은하 등 수많은 은하들이 모인 은하군의 크기는 약 1천만 광년이다. 은하군이 모인 은하단, 은하단이 모인 초은하단은 대락 5억 광년이다.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이다.
인간의 수명은 길게 잡아도 100년이다.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Milky Way)의 크기가 10만 광년(반지름은 5만 광년)이니 우리 은하의 별이 하나 사라져도 지구상의 인류 누구도 알 수 없다. 수만 년이 지나야 별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지구는 현재지만 밤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은 과거의 시간을 보는 행위다.
밤하늘의 북극성의 모습도 430년 전의 모습이다. 북두칠성의 일곱 별 중 가까운 별은 78년 전, 먼 것은 124년 전의 모습이다. 지구에서 보면 평면상의 같은 위치로 보일 뿐 서로 상당한 거리를 둔 별들이다.
태양의 빛을 인지하는데 8분 20초가 걸리는 것에서 출발해 우주로 공간을 확대하면 인간은 과거를 훑어보는 티끌보다도, 너무나도 작은 원자보다도, 작은 존재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건조하게 말할 뿐 더 이상 나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티끌 보다도 작은 지구에선 지금도 미사일이 국경을 넘나들고, 조용할 날이 없다. 우주에선 지금도 수명이 45억 년 정도 되는 지구와 같은 별들이 수명을 다해 스스로 자폭하거나, 인접 은하와 합치면서 사라지거나, 새롭게 태어나고 하는데...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그 끝에는 신의 손가락이 있을까? 8분 20초란 시간의 연장선에 걸린 우주 망원경의 끝에는 인간이 얼마나 지렁이 같은 하찮은 존재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너 지렁이 같은 야곱아, 벌레같은 이스라엘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 이스라엘의 거룩한 하나님이 너를 속량한다‘고 하셨다 (사 41:14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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