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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 하루하루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독서

by 풀꽃처럼 2021. 6.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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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형씨.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소만, 만약 나한테 묻는다면 이런 태도는 정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알겠어요? 만날 그렇게 뒤만 돌아보아선 안 됩니다. 우울해지게 마련이거든요. (---) 사람은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이오. 나를 봐요. 퇴직한 그날부터 종달새처럼 즐겁게 지낸답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피 끓는 청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앞을 보고 전진해야 하는 거요."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돌아보면 지난 날보단 남아있는 나날이 가깝다. 지나온 날들은 화려하기도 했고, 즐거웠기도, 안타깝기도 하는 등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이면서 남아있는 날들도 그럴 것으로 추측한다. 지나온 날들은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을 위한 거름으로 생각하기도 제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뿌려온 나날들이 그렇게 익어가는게 인생이다.

<남아있는 나날>은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면서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허투루 쓴 문장들이 없을 정도로 빠져드는 책이다.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지만, 결국 지나온 날들이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때 생각하는 사람은 허물어진다.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그저 그렇게 남아있는 날들을 살아갈 것이다. 집사에겐 오직 집사로서의 직무에만 충실했다는 점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아이히만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남아있는 나날이자 다가오며 다가설 날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씨줄과 날줄이 엮어지겠지만 담담히 수용하며 수고롭게 살 뿐이다. 그렇게 살아낸들 해아래 모든 것이 헛된 것이며, 인류가 지구에서 살았던 흔적들이 먼지처럼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모르는 영역이 커진다. 인생은 결국 내가 바보이며 어리석은 흙에 불과함을 깨닫는 날들인지도 모른다.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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