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성서는 접하기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약 1000쪽이 넘어가는 양피지 위에 수십 개월 걸려서 필경사가 옮겨 적고 화려하게 치장한 성서의 가격은 일반 노동자가 10년간 주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것이었다.
페스트가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가 루터를 압박했고, 그는 불안에 몸부림치며 신의 은총에 의지한 자신의 구원을 희구했다. 그의 갈증은 원어 성서를 읽음으로써 해갈되었다.
당시 고위 성직자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이탈리아 트렌토 지역의 경우 성직자 5분의 1이 정부를 두고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중세 말기의 타락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라 하겠다.
이길용, <루터> 中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있었던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도 베드로의 시신을 안치할 로마 교황청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발부했다. 지금 한국도 코로나 팬데믹과 교회의 거대와, 세속화 및 성직자의 도덕적 타락이 중세 교회 못지 않게 무르익었다.
루터가 패스트와 교회의 위기 상황에서, 신 앞에 개별자로 선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코로나와 교회의 위기 상황에서 오직 성서 앞에서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루터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주요 장소를 기행하며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좋은 책이다. 랜선 시대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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