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신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한지 한 달이 지났다. 먼저 마을 어르신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지만, 지난달 지리산 산불과 여러 행사를 치르면서 시간이 없었다. 오늘 체험자들과 이장님, 사무국장과 함께 어르신들이 계신 경로당을 방문했다.
의신마을 주민이 170여 명 되는데, 그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52명으로 38.2%다. 의신마을은 그나마 청년들이 많은 편에 속하는데도 말이다.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2026년경 고령 인구가 20.8%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골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깊숙이 진입했다. 의신마을이 속한 하동군 화개면은 외부에서 전입하는 인구가 전출인구보다 많음에도 인구가 늘지 않는 것은 기존 노인의 자연사 규모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지역소멸이란 위기는 시골에선 피부로 체감하는 현장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골은 의외로 도시인들에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필요한 노동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의신마을의 어르신들은 화개면의 의료 복지를 누리고 있다. 화개면에는 하동노인통합지원센터에서 6명이 각 지역을 돌며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케어하고 있다. 1인당 관리하는 노인은 6명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의료진들이 시골의 노인들을 방문해 건강을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선 노인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지만, 시골에선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점에선 도시보다 편리한 제도다.
물론 큰 병이 걸리면 인근 도시의 대형병원을 가야 하는 불편함을 있을 수 있다. 시골은 도시처럼 스트레스가 생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그만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막연히 시골의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선입견은 완화되리라 생각한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준비해 간 통닭을 먹으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93세로 최고령이신 어르신은 피부가 아이피부 같고, 통닭도 알차게 드신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봄나물 철이라 어느 산기슭에서 봄을 캐며 건강도 함께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건강하듯이 사람에게 적당한 노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소비를 통해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될 것인지 시골에서 제 몸을 움직이며 건강한 삶을 살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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