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띄워둔 메주로 된장을 담그는 체험을 했다. 벽소령산장의 이모님은 체험자들의 훌륭한 조교다. 언제 어디든 체험자들이 있는 곳엔 이모님이 등장한다. 2004년 개봉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처럼 체험자의 농촌체험 활동에는 이모님의 손길이 없으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진주에서 의신마을로 시집온 이모님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정감 있게 구사한다. 능숙한 미국인이 본토박이 영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경상도 원어민이 내뱉는 사투리는 몸에 착착 감기는 맛과 함께 이해도는 쑥쑥 올라간다.
"메주를 씻을 때는 짚을 때고 잘 씻까야 합니데이. 물에 너무 불라믄 메주가 떨어지니까네 조심해야 합니데이." 소금물을 만들 때도 물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입니꺼 하고 물으면 "너무 짜믄 맛없어. 농도를 잘 마차야돼."라며 정리한다. 체험자들은 이모님이 시키는 데로 주저앉아 솔로 메주를 씻는다. 씻은 메주는 6개씩 망에 넣은 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채로 소금물의 불순물을 거른 후 메주를 담은 항아리에 붓는다. 대추, 옻나무, 붉은 고추, 불로 달군 숯을 넣고는 항아리 뚜껑을 덮으며 체험을 마무리한다.
체험은 잠시만 하고(?), 체험 농가에서 준비한 돼지수육과 삭은 김치와 무로 점심을 먹었다. 주인장은 지난 3월 지리산 산불 피해당시 대성골의 가옥이 전소되어 의신마을에서 식당개업 준비에 한창이다. 지리산 세석평전에서 대성골로 내려오다 보면 오아시스처럼 만나는 지점에 있었던 '지리산 대성골 그 집' 주인장이다.
고지대의 산에서 점심을 먹는 분위기는 진수성찬이 필요 없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산천수목이 반찬이다. 생명 하나하나가 움트는 능선을 바라보며 먹는 만찬은 고급요리가 고개를 숙일 지경이다.
오후에는 다음주 월요일 의신마을에 체험을 오는 초등학생들을 맞이하는 준비를 했다. 책상을 재배열하고, 색연필을 색깔별로 다시 채워 넣고,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손글씨로 적었다. 오늘도 엔도르핀이 샘솟아 행복기어가 올라간 하루였다.
그리고, 오늘 '지리산 대성골 그 집' 주인장이 대성골의 감으로 만든 곶감은 인생 최고의 곶감이었다. 한 입 배어문 자리가 알이 꽉 찬 젤리처럼 쫄깃하다. 곶감의 육즙도 풍부한 프리미엄 곶감이었다. 주인장의 냉장고와 냉동고는 제철 산나물, 씨간장, 삭은 김치와 무 등 건강식의 보물창고였다. 주인장이 화재의 아픔을 딛고, 재개업할 식당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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