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악양면에 귀촌한 분을 방문했다. 잘 나가던 광고 디자인 업계에서 활약한 귀촌인이었다. 어느 날 화개면에 들었을 때 매력에 빠져 직장을 그만두고, 이곳 하동 와이너리에서 꽃차 소믈리에로 활동 중인 민대표를 방문했다. 귀촌한 지는 7년이 되었다고 소개한다.
화개에서 녹차를 배우는 중에 꽃차에 빠져 전업으로 뛰어들었다. 봄이면 지천으로 만개하는 꽃들을 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지리산을 워낙 좋아해 최고봉인 천왕봉을 산책 가듯 다녀오는 듯하다. 오늘 간담회에 나온 차는 목련꽃으로 만든 차다. 색깔과 맛은 국화차와 비슷하나 약간 다른 맛이다. 코 건강에 좋다고 한다. 두 번째로 마신 차는 생강나무의 생강꽃 차를 마셨다.
꽃차의 특징은 색깔, 향기, 맛을 모두 음미할 수 있다. 형형색색의 꽃들을 브랜딩 할 수 있기에 빨주노초파남보 등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광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툭 벗어던지고 꽃차 소믈리에를 선택한 민 대표는 행복해 보인다. "내가 잘 살아야 주변을 잘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라는 말속에서 삶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
하동 와이너리의 주인장인 정 대표는 삼성그룹을 다녔었다. 회사에서 미국 파견근무를 하던 중에 미서부 라파벨리에서 체험한 삶의 여유를 체험하며 워라밸을 일찌감치(?) 선택했다. 고향인 하동에 정착해 한국에도 삶을 즐기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OECD에서도 선진국에 속하지만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의 오명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GDP대비 정부의 복지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이 20%지만, 한국은 여전히 12~13% 수준으로 OECD 평균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GDP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복지에 대한 수준은 선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촌에서 자살이나 빈곤은 도시에 비해 거의 드문 현상이다. 최고가 아닌 만족과 웰빙이 목표라면 도시보다는 시골이 더 가까운 게 아닐까. 농촌체험 살이가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점점 체감하는 현실이다. 하동군의 이면과 저면(?) 등 여러면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공통점이다.
정대표는 주민여행사인 놀루와 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하동의 특산물인 차와 함께하는 관광인 '茶宿 관광 특화 모델'과 '섬진강 달마중' 등 지역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아직은 자발적 여행이 부족하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한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시골은 거쳐가는 관광지가 아니다. 머무르고, 체험하는 문화의 휴식처가 되지 않을까.
정대표는 한 품목으로 다른 사람과 동일한 보폭을 걷기보단 차별화된 품목을 개발할 것을 주문한다. 자신도 초기 대봉감을 이용해 감 말랭이 상품을 선택하기보단 새로운 감 와인을 창업해 지차체의 지원을 받았다. 직접 지자체를 방문하며 친분을 쌓을 것을 권유한다. 지금은 감 와인, 카페, 숙박, 관광 등을 결합한 6차 산업을 통해 생업과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껏 만난 귀촌인의 특징은 현지에서 기존 품목을 따라가기보다는 틈새를 잘 발견했고, 즐기면서 창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시에선 직장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떠밀리듯 생활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다. 시골에선 작은 영역이지만 차별화된 분야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다면,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실현되지 않을까란 가능성을 엿본다. 행복은 '소유의 크기'보다는 '마음의 상태'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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