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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13년 만의 아기울음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5. 3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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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동군 의신마을에 무려 13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마을 노인회는 마을 입구에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3년 동안 마을에선 아기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도시에선 전혀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하동군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인근 진주시에서 낳았다. 진주 인근의 사천시 역시 인구가 2024년 3월말 기준 112,941명(하동군 인구 41,243명)이지만 산부인과가 없어 역시 진주시로 이동해야 한다.

13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자 마을입구에 플래카드를 걸었다

 

2022년 하동군의 출생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7.2배, 전입 대비 전출인구가 1.1배 높다. 최근 5년간 2020년 이후 출생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귀농귀촌 인구는 증가추세를 보였고, 농업을 위한 귀농보다 귀촌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동은 급격하게 늙어가며 소멸하는 지역이면서, 귀촌인구가 귀농인구보다 많은 추세를 나타냈다.

 

<인구감소 시대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생활권 연결’ 관점의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자료의 중소도시 지역유형화 자료를 보면 하동군은 ‘유형 1’에 속한다. ‘유형 1’은 핵심지표인 인구증감률과 재정자립도가 비교군 중 가장 취약한 상태다. 객관지표인 주거, 교통, 교육, 문화·여가, 보건·복지도 가장 취약한 곳이다. ‘유형 1’에는 완도군, 울진군, 장흥군, 산청군, 남해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역에 산재해 있다. 전 지역에 공통되는 특징은 산업과 일자리 부문이 인구증감과 관련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2024년 5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시도 편) 2022~2052년’에 따르면, 2045년부터 모든 시도에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를 나타낸다. 2022년 서울인구는 942만 명이지만 2052년 793만 명으로 줄어들고(15.8% 감소), 부산인구는 330만 명에서 245만 명으로 줄어든다(25.7% 감소).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중앙값을 의미하는 중위연령도 2022년 45세에서 2052년 59세로 높아져 시도별 인구피라미드는 아랫부분이 좁고, 윗부분이 넓은 역삼각형 구조를 예고한다. 고령화의 영향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양자보다 피부양자가 많아진다.

 

하동군의 2024년 4월 성별, 연령별 인구현황을 보면 통계청이 발표한 2052년의 역삼각형 구조보다 더 노령층에 인구가 집중한 버섯형 구조를 이미 나타내고 있다. 시골의 경우 이미 극단적인 노령화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인구감소는 자명한 모습이다.

경남 인구 피라미드 예측

 

경남 인구 피라미드는 2052년이 되어도 하동군 보다도 나은 인구구조를 보여준다. 하동군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소멸 중소지역은 이미 2052년 너머의 인구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살아가는데 불리한 환경이 되면 후손을 낳지 않는다. 자신이 생존하기도 어려운데 자식까지 키워야 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낳지 않는 전략이 차선이다. 5060이전 세대는 산업화의 이득을 많이 누린 세대다. 한국이 성장하면서 일자리는 넘쳐났다. OECD국가로 진입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쟁이 격화되자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쉬운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2023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37%를 차지한다. 2022년 8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88만 원으로 정규직 348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고정비 성격인 정규직보다는 변동비 성격인 비정규직 확대를 선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동물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손을 놓지 않는 방법이다.

 

2022년 OECD 국가의 GDP대비 공공비용 지출은 평균 21.1%이지만 한국은 14.8%로 OECD 평균의 60%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복지를 시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산업화시대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에선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스웨덴은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의 목표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시행하고 있는 모범적인 국가다. 권리로서의 복지를 실천하고 있기에 출산율 위기를 극복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지원하며, 양성평등 사회에서 남녀가 함께 아이를 양육한다. 개인과 가족에게 부담을 지웠던 복지를 사회전체가 떠안을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제도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자본주의라는 경쟁구조는 승자독식, 자본독식으로 향하는 구조다. 국가에서 세금을 통한 분배로 그 격차를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자유시장에서 ‘경쟁’은 필요하되 사회전체는 ‘분배’를 통한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인간은 상대적인 차별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동물이다. 한국은 70년대보다 절대소득은 늘었지만 행복은 그만큼 증가했을까. 절대소득은 극소수의 계층에 집중되었기에 대부분의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지표로 나타난다.

 

의신마을에 13년 만에 울려 퍼진 아기울음소리가 권리로서의 보편적 복지혜택을 누리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참고문헌>

1. 김동민, 전숙연, 정석. (2024). 인구감소시대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생활권 연결관점의 지역균형발전 방안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19(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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