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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초겨울밤의 꿈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12. 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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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버렸어

너무 쉽게 끝난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미쳤어 내가 미쳤어.  손담비, <미쳤어> 중

 

윤석열 씨가 대통령 후보 토론에 나와서 손에 ‘왕’ 자 새겨진 것을 보곤 아연실색했다. 왕조시대에나 어울릴듯한 어색함과 도리도리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못하는 모습과 핵심을 벗어난 토론에 기가 막혔다. 그럼에도 그는 운이 좋게 ‘왕’이 되었다는 착각에 빠졌다. 누가 국군의 최고통수권자가 되든 국민은 행복하면 된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면 수장은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

 

부부 대통령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부부는 대통령 게임과 왕 놀이에 심취한 듯한 행동을 보였다. 2024년 12월 3일 22시 25분 계엄선포에서 익일 01시 국회의원 300명 중 190인 참석에 190인이 계엄철회를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도 일부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150분 만에 끝난 해프닝은 온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쳤다. 지지율이 20%도 되지 않은 채 국민의 민심을 뒤로하고 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반대파를 종북세력이라 몰아세우며 민주주의를 떠나 버렸다. 그의 주위에 남은 지지세력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쳤다.

 

계엄령 선포후 2시간 30분 뒤 단명으로 무력화된 그는 레임덕 상태에서 심각한 도박수도 안 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그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탄핵 요구에 맞서 또 어떤 필사적인 무모한 행동을 할지가 걱정이다. 의회를 통해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못한 정치협상에선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다.

 

한국호는 독단에 빠져 미쳐버린 대통령보다는 법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최고 권력자도 법 아래 있어야 한다. 그는 도박판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이 임명한 극우파들의 선동에 의해 독박을 쓰는 무리수를 두었다. 그에게 남은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이 1979년 독재자 박정희가 암살당한 만큼 엄중한 상황인가. 왕게임에 심취한 나머지 ‘짐이 곧 국가’라는 주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핵이 없어서 핵폭탄 선언인 계엄령 단추를 눌렀을까.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았다고 인정받는 한국호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계엄령의 망령이 주술사에 의해 소환되었다. 군인들이 신속하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끔찍할 뿐이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선임하고, 극우에 치우친 사람을 국가 주요 보직에 앉히면서 지진의 징조는 시작되었지만 설마 지진이 일어날지는 대부분의 국민은 인식하지 못했다. 설마 죽은 계엄령의 유령이 소환되지는 않을 거라고. 지금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인데...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북한의 오판을 걱정한다. 내부적으로 북한이 그럴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밖에서는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치기 어린 미친 발언이 한국 브랜드를 왕창 깎아 먹었다. 대통령이란 자가 80% 이상의 국민에게 손상을 입혔다.

2018년 개봉영화 《창궐》. 왕이 좀비가 되면 왕도 죽여야 한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쳤다. 앞으로도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의 성격을 봐서는. 그래서 그가 더 미치기 전에 권한을 뺏어야 한다. 왕이 좀비가 되면 왕도 죽여야 한다. 그를 왕이라 인정한 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자고 일어나니 계엄령이 선포되었었고 해제되어 있다. 초겨울밤의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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