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071.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시간은 행복이다(Time is happiness).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12. 26. 14:23

본문

미국 헌법의 뼈대를 만들고 미국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이지만 누구에겐 모자란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시간일 수도 여유로운 시간일 수도 있다.

 

30대는 좌충우돌 시간에 매몰되어 열심히 일했다. 40대가 되면서부터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려 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모으고 부차적인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돈으로 해결했다. 일이 최우선 순위였다. 일하는 것이 호흡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일을 중심으로 일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일이 태양이었다면 그 주위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성이었다. 시간은 돈(Time is money)이었다.

 

이제 그 태양계를 벗어난 지금, 시간은 행복이다(Time is happiness). 시간이 돈에서 행복으로 자리바꿈 했다.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를 행복이 차지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에 시간은 행복으로 채워진다. 소유가 아닌 존재의 삶을 살려고 한다. 사람은 뒤틀린 목재이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존재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기쁨이 크다.

 

사람은 혼자서는 행복하게 살아가기 어려운 동물이다. 고독을 아무리 찬미하고, 인간세상에서 스스로를 격리시켜 신을 찾는 수도원의 사제일지라도, 산속 암자에서 도를 닦더라도 홀로 있다는 건 왠지 정갈하면서도 쓸쓸함이 묻어난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못해(창 2:18) 짝을 지어준 것처럼 사람은 모임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다. 물론 고독을 즐기는 타고난 유전자를 지닌 소수의 사람은 제외된다.

 

사회(社會, society)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societas’에서 유래한 ‘동료’, ‘연합’의 의미다. society를 일본어로 번역한 社會라는 한자는 신성한 땅인 신사(社)에서 모이는(會) 일본의 문화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한중일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會는 사람의 이목구비가 얼굴에 ‘모여있는’ 형상에서 유래한 한자다. 사람은 ‘살다’라는 명사형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모여야 하고, 모임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일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조직이란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히 주어진 조건이라 의식을 하지 않는다. 조직이란 울타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새로운 모임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는다. 조직을 떠나 산골에서 홀로 살아보기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네트워크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렇다고 전자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란 모토로 살고 있다. 그동안 의무적으로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면, 지금은 즐거우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결정한다. 즐겁기만 하다면 나머지는 부수적인 사항이다. 즐거움은 뒤틀린 목재인 인간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기여를 할 때가 더 크다. 인간은 모임 속에서 다른 이에게 선한 도움이 될 때 행복을 보다 크게 할 수 있다.

 

1년의 10개월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적당한 스트레스와 새로운 세상의 단어와 지식을 배운다. 사람도 단어도 일도 새롭다. 기존 조직에서 무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와는 다른 단어로 뇌는 새로운 영역을 가동한다. 1년의 2~3개월은 휴식으로 몸의 독소를 빼낸다. 스트레스 없는 세상도 스트레스고, 스트레스 있는 세상도 스트레스다. 적당한 스트레스 있는 세상이 행복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언제든 문만 열면 보이는 지리산 남부능선의 여명

바쁜 사람에게는 시간이 돈이고, 행복이 우선인 사람에겐 시간은 촘촘하게 즐거움으로 바느질된다. 행복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크게 하기 위한 요소로는 적당한 스트레스, 타인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손과 경청하고 공감하는 귀, 홀로 있어도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책 읽기, 기한이 정해지지 않는 뜻밖의 여행, 겨울철 땔감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나무를 쪼개는 동작, 이웃 노인의 밭에서 곡괭이로 캐는 돼지감자 품앗이, 문을 열면 펼쳐지는 지리산 남부능선, 2024년 말 세상은 탄핵으로 산골까지 답답한 공기를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행복이다(Time is happines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