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을 움직이는 주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소수의 방송사업자에게 면허를 주면 각 사업자는 제약에 따라 움지이고 광고를 따내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새로운 스트리밍 생태계는 정부 면허가 아닌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사업자들로 구성된다. 사업자의 수가 늘면서 이용자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포스트 스트리밍 시대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미디어 산업은 결국 이용자가 주도하는 생태계라는 것이다.
노창희, <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 中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인 게리 헤멀(그의 책은 언제나 인사이트로 넘친다)은 2007년 국내에 <꿀벌과 게릴라>란 책을 통해 향후 방송은 '1인 방송', '주머니 속의 방송'이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본인도 2010년 방송도 업의 개념을 '방송업'에서 '미디어기업'으로 규정한 바 있다. 방송업-앞으로 지역방송에 국한해서 말하겠다-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겐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잃어버리는 것이 억울한 면도 있지만, 1993년부터 마음속 한켠에선 미래의 먹거리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아침에 출근하면 얘기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방송시장은 지상파 방송사의 수입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젠 모바일 광고시장이 방송사의 광고수입을 초과한지도 이미 지나간 버스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실 앞에 한국의 지역방송은 '미디어 기업'이란 업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할 시점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역방송은 그동안 지역에서의 공공재의 역할을 해 오긴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시대역시 접었다. 아니 접혀졌다. 게리 헤멀이 <꿀벌과 게릴라>에서 지적한 '주머니 속의 1인 방송'이 대세를 이루었다.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뒤늦은 정보를 전달한다. 이용자는 이미 SNS를 통해 정보를 실시간 확인한다. 앞으로 각 가정에서 '코드 커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KBS는 수신료 인상이란 카드를 커내들었다.
지역방송은 이제 그 업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미디어 기업'에서 '임대업자'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임대업자'란 구체적으로 '전파부동산 임대업'을 말한다. 지역방송은 전체 100%의 전파를 국가로 부터 허가받아 60%이상을 중앙 지상파에 임대한 댓가로 임대수입을 얻고 있다. 지역에서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지역방송의 태생부터 적자였다. 지역 공공성 확립이란 차원에서 그 동안 국가에서 보장된 수입이었다.
그러면, '전파 부동산 임대업자'로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방송경영을 해야할 지는 명확하게 나올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역민방의 경우 자본 독재에 의한 1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민방의 40%를 차지한 1인 사영 기업주가 100% 경영을 하는 자본주의 체제다. 누군가 한국은 기업 독재라고 했는데, 그 연장선 상에 지역민방은 노출되어 있다. 방송이란 공공재에 대해 사영방송은 여러차레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1인 독재 경영을 구축했다. 전문 경영인에 의한 시스템 경영이란 말은 지역민방에 없다. 간섭경영, 눈치경영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사영방송을 방송법에서 다룰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수정되지 않고 있다. 남은 방법은 1인 사영 기업주를 방송 마인드로 듬뿍 교육시켜야 하는데, 1인 자본 기업주가 변하기는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장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방송의 개념이 '방송업'에서 '미디어 기업'으로, 몇년 전부턴 '전파부동산 임대업'으로 변했지만, 지역민방 안에선 여전히 콘텐츠 경쟁력과 SNS를 언급한다면, 방향이 틀려도 완전히 틀렸다. 지역민방의 수입원은 이제 중앙방송사에 기생한 저작권 수입과 방송시간대의 전파를 임대한 임대수입이 전부다.
'전파부동산 임대업자'로서 냉철하게 현재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시스템 설계가 필요할 때다. 물론 부동산 임대사 업자로서 당분간 임대수입으로 그 수명을 연장하겠지만, '업의 개념'을 재정립은 수 년전부터 절실히 필요했었다. 향후 또 지역민방의 '업의 개념'이 어떻게 변할지는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변신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당장 시급한 불은 '임대업자'로서 철저하게 지역민방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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