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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빠져든다.

독서

by 풀꽃처럼 2021. 6. 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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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예수를 사랑하지는 못했다.  내가 필요할 때면 불렀다가 필요 없으면 잊어버린다.

그를 믿으면 병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기 때문에 필요했지 사랑한 건 아니었다.

베드로가 예수를 따라다닌 것도 나와 흡사한 생각에서였을 게다.  머리에 금관을 쓰고 높은 보좌 위에서 낮고 천한 인간을 다스리는 그리스도는 인간의 사랑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묻은 손으로 모든 영광을 버리고 홀연히 갈릴리 바닷가에 나타난 예수는 인간의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할 때 우리는 예수의 참뜻을 모른다.  사랑이 무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스도는 한 인간으로서 우리 곁에 와 사랑을 구하고 있을 것이다.

권정생, <빌뱅이 언덕> 中

성경을 그렇게 많이 읽었고, 읽고 있지만. 인생을 20,000일 이상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이란 두 글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무지렁이 임을, 인생책과 같은 <빌벵이 언덕>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빌뱅이 언덕> 찢어지는 것보다 더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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