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때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단지 그들이 얼굴보다는 귀와 꼬리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르랑거리는 것으로도 감정을 표현한다. 보통 가르랑거리는 것은 그들이 행복하다는 표시이지만 늘 그렇지는 않으며 때때로 그것은 괴로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거기에 속임수는 전혀 없다.
존 그레이, <고양이 철학> 中
인간만이 감정을 숨긴다. 복선은 인간의 특징이다. 고양이와 여타 동물은 얼굴이나 몸에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인간만이 인간과 다른 동물을 향해 뒤통수를 친다. 함정을 만든다. 인간만이 전쟁을 통해 민간인도 죽이는 가장 잔인한 동물이다.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다'란 속담처럼 인간은 뒷담화의 달인이며, 은혜를 원수로 값는 유일무이한 동물이다.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간이 없다면 세상은 질서를 유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동족을 죽이고, 동식물을 섭취하기 위해 마구 남획하고, 배불러도 더 가질려는 탐욕의 목구멍은 상상을 초월한다. 절대자인 신의 위치에 까지 오를려고 하는 오만한 존재다.
어릴적 집에서 개를 길렀고, 최근까지도 개와 함께 지냈다. 개는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인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동물이다. 포학한 인간일지라도 개는 인간에게 절대 충성과 무한 행복을 준다. 고양이는 지난 겨울 무안에서 4개월 동안 지내면서 길냥이들과 친해졌다. 고양이는 먹이를 줄때는 뻔뻔하게 먹고선, 배가 부르면 뒤로 돌아보지 않고 제 길을 간다. 안면몰수의 달인이다. 친해지는 기간은 고양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한 달에서 세 달은 걸린 것 같다. 세심한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못 사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귀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배반을 당하기도 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통해선 위로를 받는다. 그들의 얼굴과 동작은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드러나지 않지만, 동물은 그대로 드러나기에 빠르게 공감할 수 있는 장치를 찾을 수 있다. 오늘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고양이와 개의 생활이라면 인간은 오지도 않는 내일을 걱정한다. 한 날의 고통은 그 날에 족하다. 오늘 기쁘게 살아야 한다.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부끄러움을 살피는 책이다. 고양이를 통해 행복해지는 요소들을 찾는 책이다. 인간의 잔혹을 반성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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