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상에는 약 76억 명의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중 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1천5백만 명이 채 안 된다. 세계 인구의 0.2퍼센트도 되지 않는 수치다. 통계로 볼 때 유대인은 아시아의 한구석에 박혀 있는 아이누족(일본 홋카이도 원주민)처럼 역사의 벤치 멤버여야 한다. 그러나 유대인은 적은 인구에 비해 엄청나게 유명하다. 종교, 과학, 문학, 음악, 경제, 철학 분야의 거장 중에 유대인의 비율은 무척 높다.
맥스 I.디몬트 <책의 민족> 中
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도 되지 않지만, 유대인이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말이 나올만큼 기묘한 민족이다. 그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들은 건물이나 도시나 군대를 만들지 않았고 무기도 지니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것은 사상뿐이었다. 결국 그 사상 때문에 유대인들은 세상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서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유일신의 기록물인 구약성경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후손들에게 사상을 전해왔다. 구약성경을 시대에 맞게 적용한 탈무드로 그들의 사상은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뚜렷한 선민의식으로 무장되어 있다. 한때 나라가 멸망해 포로로 끌려갔지만, 결국에는 돌아와서 성전을 다시 짓고 하나로 뭉쳤다. 이후 로마의 지배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듯 했지만 근대에 들어와 다시 영토를 차지해 국가를 이루었다. 다른 민족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나 역사에서 소멸해 다른 국가에 흡수되기도 했지만 유대인은 유독 그 사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인의 전통 의상인 튜닉, 아랍의 무슬림 랍비 무프티, 미국의 아이비리그처럼 디아스포라 문화가 어떻게 포장되었든 그 안에는 언제나 여호와 유일신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배 문명이 그리스 문명처럼 철학적이면 유대인은 철학자가 되었다. 지배 문명이 아랍 문명처럼 주로 시인과 수학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유대인은 시인과 수학자가 되었다. 지배 문명이 현대 유럽처럼 과학적이고 이론적일 때 유대인은 과학자와 이론가가 되었다. 지배 문명이 미국처럼 실용적이고 중산층적일 때에는 유대인은 실용주의자나 교외 중산층이 되었다. 지배 문화나 문명이 유일신적 도덕에 위배될 때에만 유대인은 지배 문명에 적응하거나 적응할 수 없었다. 유대인은 자신들이 살아간 문명의 일부였지만 여전히 그것과 다른 문명을 이루었다.
유대인은 세계 어디를 가든 여호와 유일신과 배치가 되지 않으면 지배문명에 적응해갔다. 기원전 유대민족이 멸망해 포로로 끌려갔을때에도 성전이 있었던 곳을 향해 유일신 여호와를 섬겼다. 눈에 보이는 성전은 허물어졌지만 그들의 율법인 토라와 탈무드의 사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책의 민족'인 유대인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보이는 것을 유산으로 물려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준 결과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백범 김구 선생이 희망했던 '문화 민족'도 부강한 나라가 아닌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었던 것처럼, 경제 제일주의가 아닌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해 자본주의에 한 방 먹이고 싶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은 안 보이고 돈만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총 756쪽의 두터운 책으로 일반 책 분량으로 3권 정도의 분량이지만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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