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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다양한 균이 공존하는 것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다

독서

by 풀꽃처럼 2021. 12. 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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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려면 가장 약한 자가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면 된다. 나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 다양성을 낳고 나아가 맥주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고 싶다. 그래서 내 목적은 '맛있는 것, 멋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과장하면 맛없는 걸 만들면 어떤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와타나베 이타루 외,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中

오타쿠는 특정 대상에 집착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일본엔 자기 나름대로의 전문적 세계에 빠져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특출한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쟁체제를 비껴서기 위해 분투한다.

혼자 살기위해 주위를 파괴하지 않고,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농약으로 단기간의 효익과 장기간의 피폐보다는 장기적 공생을 지향한다. 대부분이 한 방향으로 질주하는 시대에 '맛있고 멋있는' 것을 만들기 보단 '맛없는' 것을 만들되 건강한 공생을 추구한다(물론 팔리는 맛을 찾는다). 그 길은 쉽지 않다. 대규모 자본의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하고, 지역 사회를 설득하고, 자기 자신에겐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성공하면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겪는 폐업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과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강한 이상사회를 꿈꾼다. 그의 방법이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다. 그의 정신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처럼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것이다.

작아도 좋으니 틀을 깨고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다. 자기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열린 형태를 띨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분명 틀을 깰 기회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애초에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꽉 낀 틀에 맞춰야만 편리한 세상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타인의 눈치를 보며,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문화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규정짓는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자기답게 표현하며 다양성을 지향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복장이나 생각이 다르면 틀 밖으로 내몰려는 생각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명품 옷이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학벌이 자신을 말하지 않고, 사는 곳이 자신의 계급을 말하지 않는 이상사회는 올까. 북유럽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인간은 행복할까.

우리는 얘기를 시작할 때 늘 이렇게 말하길 좋아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인데 이러저러 하다. 공부를 잘하면 체육도, 미술도, 인성도 모두 좋을 것이라는 획일화 된 어법 말이다. 너와 나를 구분짓기 하려는 못된 습성들이다. 그냥 그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강한 사회를 시골 빵집에서 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저자의 생각이 곰팡이처럼 보이지 않게 멀리멀리 퍼져 가기를 희망한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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