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44일째 ; 마을 환경정화 및 화단 꽃 심기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5. 18. 17:17

본문

잠시 비가 그친 구름 속에 한 마리 뱀이 입을 벌리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봄비가 대지를 적신다. 도시의 봄비는 콘크리트 건물을 적신 후 아스팔트를 선명하게 나타낸다. 시골은 녹색을 더욱 깔끔하게 빛내고, 산허리를 구름으로 둘러 선계(仙界)를 묘사한다.

도시와 시골의 비는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지만, 시골은 한 가지 고민거리가 더 있다. 봄비가 풀들을 얼마나 쑥쑥 자라게 할지 긴장이 된다. 매일 밭고랑의 풀들을 제거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갈 때마다 새끼손톱처럼 땅을 헤집고 연둣빛 앙증맞은 얼굴을 공기 중에 드러낸다.

뽑아도 뽑아도 제 몸을 땅 밖으로 솟구치는 풀들의 생명력이란...

공기 중에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씨앗들이 땅에 내려앉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미지의 우주처럼 아득한 것이 아니다. 풀들의 생명인 씨앗들이 쉬지 않고 삶을 잉태시키려 공기 중을 이동한다.

비 갠 후 밭은 어떤 모습이 될지, 또다시 풀들을 뽑으면서 허리를 두들기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잠깐만 밭을 돌아다니며 허리를 숙이다 보면 피로는 숙인 만큼 쌓인다. 농작물은 비를 맞으며 성장하겠지만, 풀들은 뽑힐 걸 각오하고 하늘을 향해 쉬지 않고 연둣빛 주먹손으로 땅을 뚫고 나온다.

촉촉한 비를 맞으며 꽃을 심는 마을사람과 체험자들

비가 알맞게 내리고 있는 중에 마을 초입 화단에 꽃을 심었다. 금낭화, 붓꽃 두 종류의 꽃을 세 곳에 나눠 심었다. 금낭화는 강원도에선 며눌취, 밥풀꽃, 경상도 금낭애, 충청도에선 며느리꽃 등으로 부른다. 복주머니 모양과 비슷하고, 그 속에 금빛 꽃가루가 들어있어 금낭화라는 설도 있다. 반면 밥풀을 입에 물고 죽어 간 며느리의 한이 서린 꽃이라는 설도 있다. 올해 심은 금낭화는 내년이면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달고 세상을 밝힐 것이다.

붓꽃은 푸른 빛이 도는 보라색 꽃이다. 꽃봉오리의 모습이 선비들이 쓰는 붓을 닮았다. 서양에선 칼 모양을 닮은 잎 때문에 용감한 기사를 상징하는 꽃으로 프랑스의 국화이기도 하다. 붓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인 것처럼 오늘 참석한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들길 기원한다.

 

꽃은 마을사람과 체험자들이 심었고, 물은 하늘이 뿌려준다. 적당히 젖은 토양은 작은 호미질에도 쉽게 제 몸을 열어선 꽃의 뿌리를 품어준다. 땅은 모두를 조건 없이 허락한다. 생명을 품고 잉태하는 흙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하루였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