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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46일째 ; 밤쌀 작업 및 매실 채취, 정리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5. 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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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신베어빌리지에는 지리산 반달곰 2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반달곰이 좋아하는 밤 쌀(밤가루)을 포대에 담는 작업을 했다. 이제 농촌체험살이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여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게 어색했지만, 어느덧 지금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살면서 두뇌만 가동했지, 몸 쓰는 걸 전혀 하지 않았던 습관이 자연스레 몸을 통해 사는 즐거움(?)을 느꼈다.

먼지를 뒤집어 쓰며 밤 쌀을 포대에 담고 있다
포대에 담겨진 밤 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다들 밤쌀을 포대에 담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벽소령 이모님 소유 매실나무의 매실을 따는 체험을 했다. 농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 매실 따기는 적격이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매실을 땄다. 군데군데 고사리와 늦은 두릅도 함께 땄다. 매실을 딴 후 꼭지 부분을 다시 다듬는 작업으로 체험을 마무리했다.

햇살을 받으며 매실을 따고 있는 체험자
매실나무와 사람을 구분하는 건 흰머리 뿐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숲,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녹색 잎의 뒷면은 파도에 부서지는 포말 같은 흰빛이 반사된다. 자연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차별하지 않는다. 누구든 받아주고 품어준다. 자연은 그 자체로 어머니다. 흙은 생명을 틔우는 곳이다. 열매를 맺는 식물이든 풀이든 가리지 않고 흙 밖으로 생명을 밀어낸다. 눈에 들어오는 자연의 풍광은 행복이다.

아침에 급한 소나기가 한차례 산골을 지나간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보다. 볕이 있는 날 잠깐 동안 하늘의 일부는 새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한쪽은 먹구름이 비를 뿌리는 순간이다. 이런 말을 일컫는 말은 국어사전에선 '여우비'라고 한다. 한국에선 '여우 시집가는 날',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이제 농촌체험 살이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농촌체험이 끝난 후 다들 정착할 곳을 둘러보느라 고민 중이다. 각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대부분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 하동이란 지역을 좀 더 관찰한 후 시골 주택을 구입할지 결정할 듯하다. 도시에서 시골주택을 주제로 한 유튜브나 블로그에 의존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 발로 다니는 게 훨씬 중요하다.

처음의 설레었던 순간도 중요하고, 뒷모습도 아름다우면 좋겠다. 처음과 끝이 아름다운 그런 체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하늘은 달과 목성이 인접해 산골을 밝히고 있다. 하늘에 걸린 별들이 더욱 친근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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