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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39일째 ; 양성평등 교육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5. 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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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는 멀리 창원에서 의신마을까지 2시간 30분 동안 차를 몰고 왔다. 양성평등에 대해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강사는 하동의 신이 곰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로 읽어야 할 문장을 '하동의 신, 곰 마을'로 해석했으니 일리는 있다. 오늘부터 하동의 신은 곰이고, 이곳은 곰 마을이니 체험자들이 머무는 의신마을은 하동의 고갱이라 할만하다.

열강중인 체험자들

17세기 이후 한국을 지배해 온 남성중심 가부장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자연스럽게 쓰이는 단어가 의식을 지배한다. 사람이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가 사람을 만들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습관이 형성되고,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의 관습이 되고, 시간이 쌓이면서 문화와 전통이 되어 지배 이데올로기를 형성한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람은 알게 모르게 종속되어 살아간다.

한국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차별을 많이 받는 국가에 속한다. 최근 여성의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골에서의 양성평등은 도시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다. 농기구 사용, 제초, 이장 선출 등 여성이 넘어야 할 차별의 벽이 단단하다. 남녀 간의 차이가 차별이 되어선 안된다. 차이는 존중하고 그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헌법 제1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현실은 조선 중기 이후 여성은 차별을 받아왔다.

헌법을 입법하는 국회의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18.6% 수준이다. 스웨덴 46%, 노르웨이 45%, 오스트리아 42%, 독일 35%, 영국 34%, 미국 28% 임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얼마나 낮은 지를 알 수 있다.

한국도 16세기 후반까지는 남자가 결혼 후 여자집으로 들어가서 생활했다('장가가다'는 말의 유래). 세종은 중국처럼 유교의 덕목을 내세우며 여자들이 남자집으로 오도록 권장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율곡의 모친 신사임당의 남편도 신사임당 소유의 집으로 장가를 들어왔었다.

제사도 여자들이 참여했고, 남자가 없을 경우 여자가 제사를 전담했다. 조선 중기 이후 성리학이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아들이 없을 때는 양자를 두고 제사를 하면서 여자를 배제시켰다.  재산상속도 서얼의 차별은 있었지만, 남녀의 차별은 없었다.

조선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이란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다.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려시대 불교의 타락과 여성들의 자유분방함이 나라를 망쳤다는 생각이 성리학을 통해 이념화되었고, 불교 탄압과 여성 역할의 축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조선중기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로 자리를 잡았다. 남자는 쉽게 울음을 보이면 안 되고,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와 여자는 어릴 때부터 인형과 놀아야 하는 역할놀이에 무의식 중에 남녀의 역할이 길들여져 왔다.

'세상의 절반은 여자다'라고 말한 마오쩌뚱은 여자의 노동력을 국가 발전에 동원했다. 중국 여성들의 인권은 남성과 대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상임위에 여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직 마오쩌뚱과 저우언라이의 아내 2명밖에 없다.

헌법에는 남녀가 차별 없이 평등하다고 보장되어 있지만, 법의 정신만 있지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나도 크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꼴찌지만, 여성 노인은 더 심각하다. GDP에 여성의 가사 노동은 반영되지 않는다. 가사 부담을 많이 하면서도 노동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머물기에 노후대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가사노동을 노후연금에 반영하는 유럽권 국가에 비해 한국은 모든 면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만으로 절름발이로 트랙을 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양성평등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것도 불평등하기에 만들어진 것임을 증명한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평등은 실현된다. 남녀의 성차이를 인정하고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어야 한다.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면 또다시 조선시대 주장했던 고려시대 여자의 자유분방함이 나라를 망쳤다는 이데올로기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끌어오면서 말이다. 암탉이 울면 새벽이 오고, 계란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한 소리인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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