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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산다는 건(2) - 초량동 산복도로 거닐기

부산에 산다는 건

by 풀꽃처럼 2021. 11. 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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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닌 곳 : 초량동 창비 부산(구. 백제병원), 168계단, 초량 산복도로 당산,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 초량~영주동 산복도로

부산에 산다는 건, 근대 역사를 여전히 볼 수 있다는 거다. 6.25 피난시절 영주동과 초량동 일대의 산들은 피난민 촌을 형성했고 자연스레 산복도로가 생겨났다. 내가 자랐던 부산 부암동 역시 함경도 피난민들의 피난처였다. 어릴때 북한 말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욕설의 일종인 '종간나'와 말을 안들을 때면 '니 어찌 그러니' 등 북한 억양과 말투는 어린 시절 말썽을 피울때면 어김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오전에 조조영화 한 편 감상하고, 산복도로 나들이를 나섰다.

물을 동이나 항아리에 담아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렸다.
큰 골목에서 한 발 들어간 작은 골목엔 여전히 일제 근대 건물 형태가 남아있다
창비 부산, 과거에는 병원 건물로 지금은 근대 역사관 건물로 지정
창비 부산의 내부 창작 공간.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휴식할 수 있다.
창비 부산의 깔끔한 진열대. 눈에 익은 책들이 보인다.
창비 방문 기념품(오픈한지 얼마안 되어 1층 브라운 핸즈의 향이 뛰어난 커피 무료권, 창비 6개월 무료체험권 포함)

창비는 대학 시절 학교에서 잘못 배웠던 역사관을 갈아 엎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출판사다.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상,중,하)>은 평생 읽었던 책 중에서 가슴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을 몸으로 체험했던 강렬한 책이다. 가슴이 타올라 폭발 할 것 같았다. 이후 mbc에서 드라마로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소설 만큼 민초의 상황을 제대로 그리지도 못했고 각색해서 그런지 못해 아쉬었었다. 창비는 출판사만으로 책을 집을 들게 했던 그런 시절의 책이었다. 창비 부산은 책을 읽는 장소라기 보단 편히 휴식하는 장소다.

초량동 이바구길의 시작. 수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다른 말이다 ^^;;
168계단. 쌀쌀한 날씨와 상관없이 오를땐 땀이 흐른다. 이 계단을 물동이로 일일이 날랐었다
168계단 중간지점에서 내려다 본다. 모노레일이 가동되고 있다.
산복도로 한 켠에 살아남은 산당

이바구길의 168계단은 관광객이 발길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신산했던 시절의 추억은 없다.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포토존이 대신한다. 마을마다 모퉁이를 돌면 흔했던 당산은 이 곳에서 그 명맥만 유지한 채 추억으로 남아있다.

6.25 피난시절의 산복도로, 출처: 168계단 이바구 공작소
영주동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에서 조망한 현재의 산복도로
산복도로의 생활은 이러한 계단을 무수히 오르는게 일상이다

168계단 외에도 까마득한 계단은 영주동과 초량동 산복도로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하체가 팽팽하게 긴장된다. 버스가 산복도로를 가로질러 구비구비 다닌다. 부산 도심에 있으면서 이런 구불구불한 도로는 새로운 체험이다.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얼마나 힘들까.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김민부 전망대 인근에서 바라본 부산항 대교와 영도

부산의 산복도로는 낮과 밤이 다르다. 외국 선박이 밤에 정박하기 위해 부산항에 들어오면 온 산이 환한 불빛이라 놀라고, 아침이면 온 산이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 집들이라 다시 놀란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곳곳에 고층 아파트 들이 들어서고 산복도로 정비사업으로 특정 구역은 아기자기 꾸며져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산복도로를 걷기로 오르는 건 어렵다. 현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산복도로 나들이는 부산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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